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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여덟 시,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공기는 한층 더 차가워져 있었다.
서하율은 식탁에 앉아 휴대폰 화면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식탁 위에 차려둔 음식은 어느새 식어 버려 더는 손이 가지 않았다.
그때 김숙희가 조심스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모님, 오늘 결혼기념일이시잖아요. 도련님께서 곧 돌아오실 겁니다. 급한 일이 생겨 늦으신 것 같으니 제가 음식을 다시 데워오겠습니다."
서하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그 사람은 아마 배부를걸요."
김숙희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사모님과 도련님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결혼 3년 동안, 꿀이 뚝뚝 떨어지던 신혼 첫해를 제외하면 도련님이 집에 돌아온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2층으로 올라간 서하율이 침대에 눕자, 단체 채팅방에 수십 개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서하율은 아무 사진이나 눌러 확인했다.
사진 속 윤도현은 넓은 소파에 깊숙이 몸을 기대고 있었다. 셔츠 단추 두 개를 풀어 쇄골이 드러났고, 소매는 팔꿈치까지 아무렇게나 걷어 올려져 있었다. 구김이 자글한 셔츠는 그의 느슨한 태도와 묘하게 어울렸다.
그의 온몸에서 나른한 기운이 풍겼으며, 눈꺼풀조차 들어 올리기 귀찮은 듯했다.
사진 한쪽에는 누군가 건배를 하듯 술잔을 들어 올린 손이 찍혀 있었다.
서하율의 시선이 그 손에 고정되었다. 분명 여자의 손이었으며, 손목에 찬 비취 팔찌는 그녀에게 익숙한 물건이었다.
원래 서씨 가문에서 며느리에게 물려주는 보물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여자의 손목에 걸려 있었다.
서하율이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단체 채팅방에 영상이 올라왔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영상을 눌러 확인했다.
영상에서는 비취 팔찌를 찬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교가 살짝 섞였지만, 은근히 떠보는 듯한 뉘앙스가 배어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내 생일 파티에 와줘서 고마워. 근데 집에 안 돌아가도 돼? 형수님이 화내면 어쩌려고? 형수님도 불러서 같이 놀까?"
영상 속 윤도현은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그 여자가 네 기분을 망칠까 봐 걱정되지 않아?"
그러자 누군가 바로 맞장구를 쳤다.
"형수님은 우리 자리랑 안 어울려. 부르지 않는 게 좋겠어."
또 다른 사람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도현아, 서하율과 마지막으로 만난 게 언제야? 밖에서 마주쳐도 못 알아보는 거 아니냐?"
윤도현은 술잔을 들고 손가락을 가볍게 흔들며 무심하게 말했다. "만나? 나랑 그 여자는 정기적으로 안부를 주고받을 정도로 친하지 않아."
그러자 누군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희 부부 아니야?"
그는 재미없는 농담을 들은 듯 낮게 실소를 흘렸다. "나랑 그 여자 사이는 이 술잔 같은 거야. 마시고 남으면 그냥 버리면 되지."
"그래… 이번엔 형수님 안 부를게. 다음에 사과하면 되잖아." 조지안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서하율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같은 방에 있으면서 굳이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보낸 이유가 무엇일까? 분명 그녀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보낸 것이 틀림없다.
그 채팅방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윤도현의 친구들이었고, 조지안은 몇 안 되는 여자 중 한 명이었다.
그녀가 채팅방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조지안이 그녀를 초대했기 때문이다.
채팅방에 들어간 뒤 그녀는 거의 말이 없었지만, 윤도현의 소식은 언제나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있는 자리에는 언제나 조지안도 함께 있었다.
시간은 어느새 깊은 밤이 되었다.
침대에 누운 서하율은 약지에 낀 결혼반지를 무의식적으로 만지작거렸다.
반지의 차가운 감촉이 피부를 타고 스며들어 마음까지 파고들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가슴을 눌렀다. 답답하고 숨쉬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가슴 한쪽이 조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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