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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남편, 강태준은 서울에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황금 같은 커플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완벽한 결혼은 거짓이었다. 남편은 희귀한 유전병을 앓고 있었고, 그의 아이를 가진 여자는 누구든 죽게 될 거라 주장했다. 그래서 우리에겐 아이가 없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시아버지께서 후계자를 요구하셨을 때, 태준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바로 대리모였다.
그가 선택한 여자, 윤아라는 나보다 젊고 생기 넘치는, 마치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한 여자였다. 갑자기 태준은 늘 바빠졌다. ‘힘든 시험관 시술 과정’을 겪는 그녀를 돌봐야 한다는 핑계였다. 그는 내 생일을 놓쳤고, 우리의 결혼기념일도 잊었다.
나는 그를 믿으려 애썼다. 어느 파티에서 그의 목소리를 엿듣기 전까지는. 그는 친구들에게 나에 대한 사랑은 ‘깊은 유대감’이지만, 아라와의 관계는 ‘불꽃’같고 ‘짜릿하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그는 아라와 이탈리아 꼬모 호수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우리 결혼기념일에 가자고 내게 약속했던 바로 그 빌라에서.
그는 그녀에게 결혼식과 가족, 그리고 삶을 통째로 선물하고 있었다. 치명적인 유전병이라는 거짓말을 방패 삼아 내게는 결코 허락하지 않았던 모든 것을. 배신감은 너무나 완전해서, 마치 온몸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충격이 밀려왔다.
그날 밤, 출장을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하며 집에 돌아온 그에게 나는 다정한 아내를 연기하며 미소 지었다.
그는 내가 모든 것을 엿들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가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는 동안, 내가 이미 나의 탈출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그리고 내가 방금 한 통의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을 것이다. 오직 한 가지, 사람을 완벽하게 사라지게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에.
제1화
서혜진과 강태준. 서울의 사교계에서 모두가 선망하는 커플이었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있었다. 서울숲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 어떤 문이든 열 수 있는 이름값, 그리고 명문 사립고 시절부터 시작된 동화 같은 러브스토리까지.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미니멀리즘과 예술 작품으로 가득 찬 그들의 집, 그 닫힌 문 뒤에는 텅 빈 공허함과 침묵만이 존재했다. 아이가 없었다.
혜진이 노력을 안 한 것이 아니었다. 태준이 거부했다. 그의 어머니가 그를 낳다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희귀한 유전병, 그는 그렇게 불렀다. 그가 몸에 지니고 있다는 시한폭탄. 그가 사랑하는 여자의 임신을 사형 선고로 만들어버리는 저주.
“당신을 잃을 수는 없어, 혜진아.”
그는 목이 멘 목소리로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말하곤 했다.
“절대로.”
몇 년 동안, 혜진은 그 말을 받아들였다. 가족을 갖고 싶다는 깊은 열망을 희생할 만큼 그를 사랑했다. 그녀는 모성애를 아트 큐레이터라는 자신의 일에 쏟아부었다.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키워내는 것으로 대신하면서.
그러던 어느 날, 최후통첩이 떨어졌다.
태강 그룹의 막강한 총수인 태준의 아버지가 죽어가고 있었다. 소독약 냄새와 오래된 돈 냄새가 진동하는 병실 침대에서, 그는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후계자가 필요하다, 태준아. 강씨 가문의 대는 너에게서 끝나선 안 돼. 해내지 못하면, 회사는 네 사촌에게 넘어갈 거다.”
그 압박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그날 밤, 태준은 혜진에게 한 가지 제안을 들고 왔다.
“대리모.”
그는 지극히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야.”
오랫동안 희망을 포기했던 혜진의 마음속에서 작은 불꽃이 타올랐다.
“대리모? 정말?”
“응. 철저히 의학적인 절차로 진행될 거야. 우리의 배아, 그녀의 자궁. 중요한 건 당신이 모든 면에서 엄마라는 사실이야. 당신에게 닥칠 위험만 피하는 거지.”
그는 모든 것을 자기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장담했다. 일주일 후, 그는 윤아라라는 여자를 소개했다.
첫눈에 알아볼 수 있는, 불안할 정도의 닮은꼴이었다. 아라는 혜진과 같은 검고 물결치는 머리카락, 비슷한 높은 광대뼈, 그리고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혜진보다 십 년은 젊어 보였고, 그녀의 세련된 우아함과는 대조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완벽하지, 안 그래?”
태준이 이상한 빛을 띤 눈으로 말했다.
“업체에서 프로필이 아주 잘 맞는다고 하더라고.”
아라는 조용하고 소심해 보였다.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떨군 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들의 아파트가 주는 위압감과 그들 자체에 압도된 듯했다.
“이건 순전히 비즈니스 관계야, 혜진아.”
그날 밤, 태준은 그녀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그 여자는 그냥 그릇이야.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부모는 당신과 나, 우리야. 이건 우리를 위한 거야.”
혜진은 반평생을 사랑해온 남편을 바라보며, 그의 말을 믿기로 했다. 그래야만 했다. 그것이 그녀가 꿈에 그리던 가족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
하지만 거짓말은 거의 즉시 시작되었다.
‘시험관 시술’ 때문에 태준은 병원에 있어야 했다. 그는 저녁 식사에 빠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저녁 내내 자리를 비웠다.
“그냥 아라 씨 좀 챙겨주는 거야.”
그는 밤늦게까지 문자를 보내며 말했다.
“호르몬 때문에 감정 기복이 심하대. 의사들이 대리모가 안정감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고.”
혜진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음식을 만들어 태준 편에 보냈다. 아라를 위해 부드러운 담요와 편안한 옷을 사주며, 이 차가운 계약 관계의 간극을 메우려 애썼다.
그녀의 생일이 다가왔다. 태준은 단둘이 제주도에서 주말을 보내자고 약속했었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약속을 취소했다.
“아라 씨가 약물에 부작용을 보이고 있어.”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 너머에서 말했다.
“내가 여기 있어야 해. 정말 미안해, 혜진아. 꼭 보상할게.”
그녀는 혼자 생일을 보냈다. 빵집에서 사 온 케이크 한 조각을 먹으며, 펜트하우스의 정적은 귀가 먹먹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결혼기념일은 더 최악이었다. 그는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 자정이 넘어 문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을 뿐이다.
‘병원에 급한 일 생겼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혜진은 친구들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그의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다 아기를 위해서야. 스트레스가 많은 과정이잖아. 그 사람도 나만큼이나 간절한 거야.’ 그녀는 완벽했던 삶의 가장자리를 해지게 만드는 진실을 외면하며, 그 설명들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것은 비가 차갑게 내리던 어느 화요일이었다. 신호를 위반한 택시가 그녀의 차 옆면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충격은 폭력적이었고, 온몸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어지럽고 떨렸다. 그녀의 첫 번째 본능은 태준에게 전화하는 것이었다.
전화는 계속 울리다가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갔다.
“태준 씨, 나 사고 났어.”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난 괜찮은 것 같아, 근데 차가 완전히 망가졌어. 혹시… 와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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